회재(晦齋) 이언적의 평생의 근심거리

한국고전번역원

조여일 | 입력 : 2018/02/07 [08:22]

                                           평생의 근심거리

   
과실을 부끄러워하면 잘못이 되고
과실을 오래 두면 악이 되네

 

 

恥過作非  過久成惡
치과작비 과구성악


- 이언적(李彦適, 1491~1553), 『회재집(晦齋集)』 권6 「원조오잠(元朝五箴) 개과잠(改過箴)」

   
해설
   위 구절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適, 1491~1553)이 지은 ‘원조오잠(元朝五箴)’ 가운데 개과잠(改過箴)의 일부로, 회재는 27세가 되던 해 정월 초하루에 이 글을 지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기대와 포부를 담아 의지를 다잡고 목표를 정하여 정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회재가 자신을 돌아보건대, 평소 법도에 맞지 않는 언행이 많았고 학문에 힘은 쏟았지만 도덕을 향상시키지 못한 채 나이만 먹고 끝내 옛 성현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할까 근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정월 초하루에 이 잠(箴)을 지어 스스로 경계하여 ‘평생의 근심거리’로 삼은 것입니다.

 

   천명을 타고난 성인(聖人)이 아니라면 사람이 어떻게 과실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돌배기 아이에게도 백수(白壽)에게도 현재의 오늘은 자신의 삶 속에서 처음 살아보는 하루이기는 마찬가지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르는 문제투성이이고 사사건건이 선택의 갈림길인 것입니다. 그래서 잘못이 없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잘못을 저질렀다면 빨리 고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송(南宋)의 학자 진덕수(眞德秀, 1178~1235)는 일찍이 자신의 조카에게 《논어(論語)》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過則勿憚改]’라는 구절에 대해 잘못은 아무리 성현(聖賢)이라 할지라도 없을 수 없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성현은 반드시 잘못을 고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도 빨리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을 합리화하여 옳지 못한 일을 이루어 악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의도가 없이 과오를 저지르는 것을 ‘잘못’이라고 하고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을 ‘악’이라고 한다.[聖賢必以改過爲貴. 若知其爲過, 不肯速改, 則是文過遂非而流於惡矣. 盖無心而誤則謂之過; 有心而爲則謂之惡.] (『서산문집(西山文集)』 권30 「문답(問答)」'問過則勿憚改')

 

   ‘의도를 가진다.’라는 말은 그것이 잘못인줄 알고도 저지르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야 무지와 부주의의 소치였다고 하더라도 거듭 반복한다면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잘못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려다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잘못을 숨기고 키워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견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잘못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번거로운 변화를 선택하기보다는 익숙함에 물들어 어물쩍 넘기는 것이 수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 눈에는 아무리 작아 보여도 남에게는 태산처럼 커 보이고 단단히 덮은 것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밝게 드러나는 경우가 흔한 법입니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주저 없이 잘못을 고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첩경이 되는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저마다 지난 잘못을 되짚어보고 한두 가지 고치기를 결심한다면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소득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글쓴이장희성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주요 역서
『대학연의』 1-4집 (공역), 전통문화연구회, 201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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