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이익선생의 분당론(朋黨論)

한국고전번역원

내일을여는신문 | 입력 : 2017/07/11 [08:55]

 

                성호의 붕당론(朋黨論)
   
법이 위에서 서면, 풍기가 아래에서 바뀐다.

 

 

法立於上 而風易於下
법립어상 이풍역어하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권9 「인사문(人事門)」 「붕당(朋黨)」

   
해설

   성호(星湖) 이익은 조선 후기 사상사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의 개혁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성호가 26세 되던 해에, 둘째 형 이잠(李潛 1660~1706)이 장희빈을 두둔하는 소를 올린 일로 모진 형신 끝에 47세를 일기로 옥사하는 일이 있었다. 붕당정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성호는 과거공부에 대한 뜻을 접었다. 평생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만 전념했다. 그런 성호인 만큼 당시 조선의 정치 현실에 대한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고 단호했다. 이 글은 『성호사설』에 나오는 경구로, 붕당정치의 폐단을 불식하는 해법으로 제시한 말이다. 글은 이렇다.

“(중략) 어진 이는 진출시키고 간사한 자를 물리치는 것만으로 마음을 삼는다면, 어진 이를 소인이라 하고 간사한 자를 군자라 하지 않을 자가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법을 세우는 것이 상책이니, 법이 위에서 서면 풍기가 아래에서 바뀐다.[(中略)若但以進退賢邪爲心 則其不以賢爲小人 而邪爲君子也者 鮮矣 故曰立法爲上 法立於上 而風易於下]”

   ‘붕당’과 관련하여 『성호사설』 외에도 2016년에 완간된 성호의 문집 『성호전집』 제45권 「잡저」 「붕당을 논함[論朋黨]」 을 보면, 붕당정치의 발생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성호는 ‘붕당은 투쟁에서 나오고, 투쟁은 이해(利害)에서 나오며’, 그 본질은 ‘밥그릇 싸움’일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 열 명이 똑같이 배가 고프다. 밥은 한 그릇인데 모두 숟가락을 들이대니 밥그릇을 비우기도 전에 싸움이 일어난다. 따져보니 말이 공손치 않은 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싸움이 말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었다. 다음날 또 밥 한 그릇을 열 명이 함께 먹는데, 그릇이 비기도 전에 또 싸움이 일어났다. 따져보니 태도가 불경한 자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싸움이 태도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었다. 다음날 또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따져보니 행동이 난잡한 자가 있었다. 드디어 한 사람이 성을 내자 모든 사람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일이었는데 종내에는 크게 되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을 부라리면서 싸우니 왜 이렇게 과도하게 되었는가?
[今有十人共飢。一盂而騈匕。不終器而鬬起。詰之則有言欠遜者。人皆信鬬由言起。佗日又一盂而騈匕。不終器而鬬起。詰之則有貌欠恭者。人皆信鬬由貌起。佗日又如此。詰之則有動作多妨者。遂乃一倡而衆和。始細而終大。其談沫吻。其怒裂眦。何其過也。]”

   성호는 붕당의 발생 원인을 과거제도에서 찾고 있다. 필요 이상 과거를 남발하여 합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야말로 ‘밥그릇 싸움’을 통해 ‘승자 독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고 몰아내야 하는 정치, 그것이 조선 붕당정치의 실상이라고 본 것이다.

 

   성호는 현감 정원석의 상소를 인용하여 “군자라면 비록 백 사람이 붕(朋)을 한다 해도 나라에 유익하고, 소인이라면 비록 한두 사람이 붕을 해도 반드시 정치에 해가 된다.[君子雖百人為朋 有益於國 小人雖一二人爲朋 必害于治]”라고 했다. 조선의 붕당정치와 지금의 정당 정치, 성호의 말처럼 ‘밥그릇 싸움’이라는 본질에서 차이가 있을까. 성호는 ‘법이 바로 서는 정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바로 서는 정치’를 원했다. 비법(非法), 불법(不法), 탈법(脫法)으로 어지러운 세상, ‘먼저 법을 세워야 한다’는 성호의 말이 귀하다.

 
글쓴이한문희(韓文熙)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실장

 

주요 저서
  • 『아버지의 편지_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초등6-1 읽기교과서 수록 도서), 함께읽는책, 2004
  • 『훈민정음_세계가 놀라는 우리의 글자(신나는 교과연계 체험학습 시리즈9)』, 주니어김영사, 2012
  • 『어린이 격몽요결』, 연암서가, 2014
  • 『생각이 자라는 우리 고전』, 주니어김영사, 201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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