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이겨내는 방법

한국고전번역원

조여일 | 입력 : 2020/05/06 [09:36]

                                            재난을 이겨내는 방법

   
재앙이 이르러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성현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재앙이 와도 요행히 면하는 것은 성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災至無愧 聖賢之所能 而災而幸逭 非聖賢之所能
재지무괴 성현지소능 이재이행환 비성현지소능


- 신흠(申欽, 1566-1628), 『상촌고(象村稿)』33권 「무망지재설(無妄之災說)」

   
해설

   상촌 신흠(申欽, 1566-1628)은 명종(明宗)~인조(仁祖) 연간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문학가, 사상가이다. 그는 1586년에 별시문과(別試文科)에 급제한 이래로 여러 관직을 거쳐 인조 때에는 영의정에 오르는 등 정치인으로서 크게 현달(顯達)하였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곡절이 많은 삶을 살면서 크고 작은 좌절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그는 이른바 유교칠신(遺敎七臣, 선조가 임종 때 영창대군(永昌大君)을 부탁한 일곱 명의 신하)의 한 사람으로서 광해군(光海君) 때 계축옥사(癸丑獄事)에 연루되어 관직에서 쫓겨나 고향 김포에 은거하였고, 3년 후 폐모론(廢母論)이 제기되면서 춘천으로 유배되었다.

 

   10여 년 남짓한 이 기간은 신흠에게는 일생일대의 암흑기였다. 그는 이 기나긴 암흑의 터널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전적(典籍)을 섭렵하였고 『주역(周易)』 무망괘(无妄卦, ䷘)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그는 짤막한 산문 작품인 「무망지재설(無妄之災說)」에서 무망괘 육삼(六三)의 효사(爻辭)에 등장하는 ‘무망지재(无妄之災)’를 거론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재(災)’와 ‘화(禍)’로 구분하고, 전자는 그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은 것, 후자는 그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하여 그는 계축옥사를 비롯하여 자기에게 닥친 일련의 재난은 자신이 초래한 ‘화’가 아니라 부득이하게 자신에게 닥친 ‘재’이며, 이는 성현(聖賢)같은 사람들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과거의 성현들은 이러한 ‘재’가 닥쳤을 때 부끄러워하지 않고서 당당히 거기에 맞섰고 요행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신흠 자신 역시 자신에게 닥친 ‘재’를 마주하여 과거 성현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당히 맞서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하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금세기 최악의 재난을 맞이하여 평범한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이 재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화’가 아닌 ‘재’로 받아들여진다. ‘재’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신흠이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상황의 부득이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 ‘재’에 당당히 맞서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수칙의 실천이 바로 그 방법이다. 재난 앞에서 ‘나 하나쯤 괜찮겠지’라며 요행을 바라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야 할 때다.

글쓴이김광년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