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는 사랑

한국고전번역원

내일을여는신문 | 입력 : 2019/10/20 [10:14]

                                           돌이켜 보는 사랑

   
사랑이 공경보다 지나치다.

 

 

愛逾於敬.
애유어경.


- 이이(李珥, 1536~1584), 『격몽요결(擊蒙要訣)』 5권「사친(事親)」

   
해설

 

요즘 사람은 대부분 부모에게 양육 받기만 하고 자기 힘으로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만약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면 끝내 최선을 다해 봉양할 날이 없을 것이다.[今人多是被養於父母, 不能以己力養其父母. 若此奄過日月, 終無忠養之時也.]

 

 

   조선 시대 저명한 학자인 율곡(栗谷) 이이의 말이다. 부모의 은혜를 받기만 하고 그에 보답할 생각을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고 허송세월만 하다가는 훗날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후회할 것이니, 얼른 정신을 차려 부모를 봉양하라는 내용이다.

 

그대 새벽에 시장가서 밀떡을 사고 쌀떡을 사는 것 보니, 부모님 드린단 말은 없고 아이들 준단 말 뿐이네. 부모님 맛보기도 전에 아이가 먼저 배부르니, 아이 좋아하는 마음 부모님 걱정하는 마음에 비길 바 아니라. 그대여, 떡 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없는 부모님 공양하소.[看君晨入市, 買餠又買餻, 少聞供父母, 多說供兒曹. 親未啖兒先飽, 子心不比親心好. 勸君多出買餠錢, 供養白頭光陰少.]

 

 

   『명심보감(明心寶鑑)』 「팔반가(八反歌)」 가운데 한 수이다. 「팔반가」는 부모를 향한 마음과 자식의 향한 마음이 같지 않음을 지적하여 서술한 글인데, 나머지 시에서 지적한 모순은 대략 아래와 같다.

 

   부모의 조언이나 충고는 잔소리나 참견처럼 여기는 반면 아이가 조잘대며 쉼 없이 떠드는 소리는 당연하게 여기고 예쁘다고 한다. 아이의 똥오줌은 건강을 살펴보는 것이라 여겨 전혀 더러워하지 않으면서 부모의 눈물과 침은 싫어하곤 한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싫어하고 서로에게 미루지만, 부모는 아무리 자식이 많아도 모두 건사한다. 특히 자식은 부모의 사랑은 당연하고 쉽게 여기지만, 부모는 사소한 물건이라도 받으면 고마워하고 마음에 담아둔다.

 

사랑이 공경보다 지나치다.[愛逾於敬.]

 

 

   이는 율곡이,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미치지 못함을 통렬하게 꾸짖은 말이다. 여기서 공경을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으로 바꾸어 이해해도 무방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보다 늘 크기만 했고 작았던 적이 없는데, 우리는 항상 아이에게 줄 것만 생각하고 부모님을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쓴이김현재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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