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여 잠들지 마오

한국고전번역원

조여일 | 입력 : 2019/05/29 [21:10]

                                       마음이여 잠들지 마오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말라

 

 

宜睡眼勿睡心

의수안물수심


- 허균(許筠, 1569-1618), 『성소부부고(惺所覆瓿稿)』 제14권 「수잠(睡箴)」

   
해설

   사람은 일생의 삼분의 일을 자면서 보낸다. 숙면은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면서 아울러 내일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기에 잠은 어떤 낭비라기보다 하나의 예비인 것이다.

 

   그러나 수면 중에도 심신은 의식과 의식 너머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20세기에 와서야 발달하기 시작한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어쩌면 이미 오래전 우리의 선인들이 십분 주목해왔던 부분이다. 수양에 관한 선인들의 글이 몸의 단련만큼이나 마음의 수양을 강조했다는 사실에는 우리의 마음 저편의 것들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선인들의 혜안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본문을 쓴 허균은 잠을 자도 예전처럼 개운하지 않고 점점 쇠약해지는 원인을 자문하며 이 잠언을 썼다.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말라 宜睡眼勿睡心(의수안물수심)
눈만 자면 마음은 밝힐 수 있지만 睡眼則可以炤心(수안즉가이소심)
마음까지 자면 음백이 와 덤빈다 睡心則陰魄來侵(수심즉음백래침)

 

 

   우리의 육신은 활력의 재충전을 위해 잠자야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한시도 잠들어선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음기와 삿된 기운이 몰려와 사람을 침륜시키며 혼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는 것을 꾸짖으며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가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할 수가 없다.(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杇也.)”고 했는데, 낮잠을 자는 행위 자체를 나무란 것이라기보다는 해이한 마음상태, 곧 잠들어있는 마음을 염두에 둔 일갈이 아니었을까. 율곡은 젊어서 「자경책(自警策)」을 지어 스스로를 면려했으니, 그 중 쓸데없는 잠에 대해 경계하길 ”낮에 자려는 생각이 들면, 이러한 마음을 깨울 것(晝有睡思, 當喚醒此心.)“이라 말했다. 또 굴원은 어부에게 이렇게 답했던가. “모두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있네.(衆人皆醉, 我獨醒.)” 깨려는 생각 없이 몸 밖의 세계 또한 깨질 수 없다. 양심도 자각도 모두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는 모두 몸에 드는 잠 너머에 있는 마음의 잠에 대해 경계한 말씀이리라.

 

   몸은 자도 깨울 수 있으려니와, 마음이 잠들면 누가 깨울 것인가. 그러니 눈은 감되 마음이여 잠들지 마라. 허균의 「수잠(睡箴)」이 찌르는 한 마디가 잠을 확 달아나게 한다.

 

글쓴이이두은
중국 북경대학 중문과 박사과정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